술주정/기억

군생활의 기억 중에서... 08

주정뱅이 2026. 1. 10. 12:27


이것은... 나의 군생황에 대한 추억...
그 마지막이다...

왜 마지막 이냐면...
내가 이제 더 이상 그걸 기억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야...

이후로 뭐가 더 기억난다면..
글을 새로 하나 더 적겠다...



나는 군생활을 하면서..
외박 외출을 나간 적이 딱 한번 있다..

후임인 여태혁이와 이선우이가..
같이 나가자고 졸랐기 때문이다...

​왜 하필 날 졸랐지..?
아직도 모르겠는 부분이야...

​하지만 어쨌든.. 나는 사유는 없으나...
한번 나가보고 싶기는 했기에...
같이 외박을 나가기로 했고...

​셋 중 가장 군번이 빠르다는 이유로...
외박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나....? 별로 이유 같은 건 없는데...?
그냥 쟤들이 같이 나가자고 해서 설득당한 게 다인데..???

​그래서... 평소에 들어본 선임들의 외박 외출 사유들을..
들었던 대로 다 떠올려서 내뱉어본다....

뭐... 목욕탕에 때를 불리고 싶다던가....

​행보관님은 내 말을 듣자마자...
그건 여름이지! 라면서 특유의 게슴츠레한 표정을 지으신다....

​어쨌거나 외박은 승인되었다




포대장은 외박 외출 신고를 하는 나에게 말한다..
'너 시간마다 나에게 보고해!'

​음... 아마도..
내가 탈영 같은 거라도 꾸밀지도 모른다고 여기는 모양이야...

​그래서... 나는 시간마다 포대장에게 전화해서 보고를 하였다..
어디서 뭘 하고 있으며... 숙소는 어디로 잡았으며.... 이제부터 수면을 취할 것이며....

등등...

그런데... 왜 하필... 그때 당직사관이 김호준 이였던걸까...?

나는 포대장이 김호준보다 더 상관이니까...
상관에게 보고를 했으니 되었다 라는 느낌으로 김호준에게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

쓸데없이 말도 섞고 싶지 않았기도 하고...



​그런데...???

밤에 선우와 태혁이가 편의점에서 사 온 칵테일을 뜯으며 즐-길 준비를 하는 이 시점에...?
우리 숙소의 문을 두들기는 이가 있었다...

누구지? 군인을 찾아올 사람이 있나...?
...라는 느낌으로 문을 열자...

포대 내 간부...
통신반장님과 관측장교님이 사복을 입고...?
격앙된 표정으로 문을 열고 엉거주춤 서있으셨다...

​이 양반들이 우릴 왜 찾아왔지..??
....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이 찾아왔으나...

나는 일단 경례를 하였다....

​관측장교님은 경례를 받아주더니...
너희 뭐 하나 보려 왔다고... 말하고는...

태혁이와 선우가 벌려놓은 술판을 관찰하며...
진-탕 즐기고 있었구만...... 이라며 혀를 찬다....

​난 그 당시만 해도 술이라곤 마실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 이였으나...
그 판에 한 패가 된 것 같은 억울함을 느꼈다...

​관측장교님과 통신반장님은... 우리의 당황하는 꼬락서니를 보더니..
뭔가 안도한 것처럼 한숨을 쉬며.... 말하길...

당직사관이 우리가 연락을 안 했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한다....

아닌데...? 한 시간마다 보고했는데....?
포대장님께....

나는... 포대장님께 한 시간마다 보고를 했노라고 간부님들께 설명을 한다..
그랬더니.. 관측장교님이 말하길..... 행정반에도 했어야지...

아... 맞다...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행정반에 보고를 해봤자... 결국 포대장에게 올려보고 할 테니....
내 입장에선 더 상관인 포대장에게 보고했으니 되었다라고 여겼으나...

행정반의 김호준 입장에선 그게 또 아닌 모양이지...???

뭔가 좋지 못한 앞날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간부님들은... 즐겁게 있다 들어오라며 돌아가셨으나....
내 예상은 스트라이크로 적중해서...

김호준은 숙소 카운터를 통해..
우리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리고는 온갖 쌍욕을 퍼부으며..
나에게 당장 들어오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을 하고...
태혁이와 선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난 들어갈 테니..
너흰 즐기다가 들어와라...
라고 말하며 옷을 입는데...

​태혁이는 장난친 거 아닙니까...?
라고 상황이해못 한 말을 하고...

선우는.. 선우대로...
무슨 명탐정이라도 된 것 같은 표정으로...
내가 들어가면 자신들도 들어가야 한다며...
내일 들어가자고 꼬신다...

​여기서 일단은 내 생각대로 부대로 복귀해야 했다...
그래야 일관성 있게... 반격의 기회라도 생겼을 테니까...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선우와 태혁이의 말에 홀려...
다음날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난 늘 그래...

내.. 부족한 몸은... 나의 부족한 인생을 살기에...
오로지 내 판단을 믿어야 활로가 열리고... 다음 수를 더 유리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나와 다른 피지컬과 인맥... 평판...
기타 등등의 요소들에서 기인한... 조언을 듣는 순간...

순식간에 나락에 가게 되는 거야.....
내가 내 선택이라 믿고 선택했던 다른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무수한 선택들...

그것들은 항상.. 어리석은 날 시궁창으로 끌고 갔으니까...
친구... 부모.... 직장동료.... 하나도 빼먹지 않고....

​그러니까 나는 나를 믿어야 한다...
남을 믿으면 안 된다.....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나보다 더 잘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
매번 당하는 것이다...



이 날...

바로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은...
다음에 김호준이 당직사관일 때 이루어졌다...

모든 포대원이 보는 앞에서 광대처럼 우스꽝스럽게 굴려진 것인데..

딱히 묘사하고 싶진 않아....


김호준은 꾸준히 날 괴롭혔다...

부대 내에는 노래방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주말에 순번을 기다려 노래를 부르러 들어온 나를...
굳이 노래방까지 찾아와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문을 열고...
어떻게 니가 그럴 수 있지?라는 듯 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다가...

​오호호호호호홓! 넌 이제 죽었다!
라고 말하며 돌아가는가 하면....

전역하기 전 날..
내일 전역하는 사람들 행정반에 모이라고 방송을 하기에...
아... 뭔가 전달사항이 있나 보다... 하고 행정반으로 찾아온 나에게...

​모멸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말하길...
'뭐야 너 왜 왔어???'

​지가 불러놓고.... 왜 왔냐니..?
놈을 이해하길 포기한 나는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한다...

​'내일 전역하는 사람 오라고 방송이 나와서 왔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김호준은...
' 난 사람이랑만 놀아~~'라고 말한다....

​아... 그러니까... 전역하는 사람이랑 놀려고 불렀다 이거지...?
그리고 난 해당 없으니까 꺼지라 이거지...? 맥이려고 부른 거 아냐......ㅋ...

오히려 좋아...

나는 용무 없으시면 돌아가 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경례를 하고 내무실로 돌아왔다...

​내무실에 있던 강재근이가 물어본다..
' 왜 부른 겁니까..???? '

나는 대답한다....
전역자랑 놀려고 불렀데..

​강재근이는 다시 물어본다...
'그런데 왜 이리 빨리 오셨습니까...???'

마치 빨리 와서 유감이라는 말투로군..... 하지만...
나는 다시 대답하길...

김호준은 사람이랑만 논데...
그래서 사람새끼도 아닌 난 관련 없으니..
다시 돌아온 거지....

강재근이는 뭔가 알겠다는 눈치로..
' 아... '라고 말하곤 시선을 돌린다...


기타 등등...
더 많은데... 이걸 내가...
고소당할 수위의 욕을 안 섞고 쓸 자신이 없으니 그냥 쓰지 말자...

​피해자는 나인데.. 왜 사려야 하는 걸까...?

김호준이는 개새 끼고..
그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내가 위험을 감수하고 언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전역을 했다..

우리 기수는... 어째선지 전역식도 없었다...
그저 언제 나가면 되나... 기다리고 있는데....

행정관님이 불러서 따라가 보니...
행정관님이... '나가자~' 하고는..

레토나에 태워서...
그대로 부대 밖...

시외버스 터미널로 데려다주신 게 끝...

다행히도 전역증은 받았다...
그리고 행정관님에 의해 밖으로 나왔으니....​
이건 탈영은 아니야....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엄마를... 만나야 해....
그리고 패 죽여버릴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안녕히... 군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