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기억

군생활의 기억 중에서... 06

주정뱅이 2026. 1. 10. 11:41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내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이지..

그래서 시점이 언제인지 어느 게 먼저 일어난 일인지..
모호해지기 시작했어..



김호준 하사는....
어느 시점인가 우리 포대 소속이 아니게 되어?

본부 포대로 전근..?
뭐라고 하지 이 경우엔..?
아무튼 소속을 이동했다..

나는..
와... 드디어 저놈이 내 주변에서 사라지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솔직히 기뻐했다..

이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지 못한 채로...



호국 훈련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이 훈련에는 김세훈 상병.....
그리고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기즈모 닮은 부사관님이 한 팀으로 꾸려져서..
처음 들어보는 보병 부대로 파견되었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것인지..?
중간에 김세훈 상병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와 관측장교님 둘 만 남았던 게 기억난다...

아마 훈련 인원의 변경이 일어난 거겠지..
이유는 단연코.. 관심병사인 나이고..



그리고..
밥시간이 되었다....

나는 당연하다고 여기며..
보병 부대에게 밥을 얻어먹었는데...

군인끼린... 같은 부대에서야 선임 후임이지만..
다른 부대는 다 아저씨잖아?

그래서 나는 밥을 탈 때마다..
반찬을 조금 주려고 어떻게든 머릴 굴리는 보병 아저씨에게 말했지..
'관측 장교님 드실 밥 타가는 거니까.. 조금만 더 주세요'

밥을 주던 보병은..
날 볼 때마다 갸우뚱? 갸우뚱? 하면서도..
결국 밥을 더 퍼주긴 했다...

그런데 이게 며칠 반복되니까...  
사건이 하나 터졌는데..

밥을 퍼주던 보병이..
날 보고 눈에 도끼를 세우더니

'야.. 너 왜 맨날 요요 거려?'

나는 생각했다..
아... 이 사람 내가 포병 부대에서 파견온 관측반이라는 거 모르나 보다...
나에 대해 얼마나 뒤에서 고민했을지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일단 말해줬지
'포병'입니다~...♭'

밥을 주던 보병은.. 눈에 도끼를 품은 그대로..
뭐?라고 물어봤다가..

내가 다시 한번 똑같은 어조로 똑같이 말해주자..
그제서야 내가 아저씨임을 알아차린 듯 보였다..

'아.. 그렇구나?'라는 느낌으로..
입을 아~ 벌리고 끄덕이면서 납득하더니.. 밥을 퍼준 것이다..

여기까지만 있었다면 사건이라고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더 큰일이 벌어졌으니..



다음 식사 시간에 밥을 타러 갔을 때...
밥 퍼주는 아저씨가 말하길..

'아저씨~ 포병한테 밥 주지 말래요~ 포병에서 밥 추진해서 먹으래요~'

그때 당시의 나는 생각했다..

아... 관측 장교님을 굶기라고...?
이거 부대에 소문나면 김호준 라인 탄 녀석들이 가만있지 않을 건데..?
나는 구걸을 해보기로 했다...

그럼 내 밥은 되었으니..
관측장교님 드실 1인분만 이라도 줄 수 없겠냐고..

보병 아저씨는 이번이 마지막 이라며..
앞으로는 관측장교님 밥이라도 줄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때는 보병의 이러한 조치를 이해 못 했지만... 지금은 이해하지..
어떤 사정이 있든 식재료가 부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딱 보고된 인원수 대로 식사를 만들어 왔을 것이다...

그런데 예정 외의 인물들이 밥을 얻어먹으니..
누군가 먹을 밥이 부족해지는 것이지...

혹은 단순히 그 보병 부대의 행정관이 짠돌이였거나...



1인분의 밥을 구걸해서 얻은 나는..
돌아가서 장교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저는 괜찮으니 식사를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계급이 더 높은 사람을 굶길 순 없으니까..

내 말을 들은 관측장교님은
'나는 간부들과 먹으면 되니까.. 그건 너 먹어'
...라고 나에게 말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
날 바보로 아는 건가..?

저 양반.. 지금까지.. 훈련 내내 나랑 같이 밥 먹었다..
간부들과 먹는 식사자리 따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즉.. 저 말은...
나의 죄책감을 없애주기 위한 이 양반식의 조치인거지..

나는 장교님의 호의를 무시하는 건 하극상이라고 생각했고...
혼자서 구걸해 온 밥을 먹어치웠다...

눈물이 나오려 한다.. 그 마음에..
그냥 나눠먹었어도 될 것을...



내가 밥을 먹는 동안..
관측장교님은 부대에 전화를 해본 모양이다

보통 훈련 나가면 밥은 거기서 얻어먹어왔는데...
안 그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부대에서 말했다는 것과...

이 부대의 녀석들은 우리가 온다는 것도 우리의 존재조차도 몰랐다는 점... 등..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내 알 바는 아니지...



훈련 이야기는 이 정도 하고..
또 다른 기억 쪼가리에 대해 말해보자..

퐁퐁댄스라는 걸 알고 있는가..?

그것은.. 개그콘서트에서..
검은 쫄쫄이남자가 취하는 일련의 동작을 말한다...

후임병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던 내가...
어쩌다가 그 길로 지나가던 한 명의  간부 앞에서..
그것과 비슷한 동작을 취했다는 이유로..

나는 퐁퐁댄스를 추는 웃기는 놈이라는 이미지를 획득하게 되는데...

나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했으나..
그 간부는.. 밑도 끝도 없이.. 나만 보면 '좋아 좋아 해줘!'
라고 퐁퐁댄스를 출 것을 졸라대었다..

좋아 좋아는...
쫄쫄이 남자가 퐁퐁 댄스를 다 춘 후 피니시로 외치는 대사이다...

상급자가 하라면?
해야 하는 게 군대이다...

나는 출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퐁퐁댄스를
수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정신이 나갈 것 같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추어야 했다..

잘 못 추는 모습을 보이면..
그 찐따 같은 간부 놈은... 귀찮아서 대충 춘다며 서운해했고...

그걸... 나를 죽이려고 온갖 정치질을 준비하고 있는 짱별놈이 보면..
그대로 갈굼의 소재가 될 터였다...

나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퐁퐁댄스의 흉내를 내어야 했다...
씨발.. 미친... 씨발! 씨발...!!!

씨발 퐁퐁댄스..!
씨발 간부새끼..!
씨발 군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씹썌끼는..
편해지려고 간부에게 배 까 뒤집고 애교 부리는..
혐오스런 새끼라는 이미지를 획득하게 된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알 수 없지만..
나중에 가선 이것은 아주 우스꽝스럽게 변질되어
내 수치심을 폭증시키게 되는데....



어느 행군 훈련 중 짬을 내어 마련된 분과별 장기자랑 시간에..
나는 생각도 없던 퐁퐁댄스를.. 후임인 박재엽이의 아이디어에 의해 밀어붙여진 것이다..

비트박스랍시고 품 품 품바 거리면서..
박력 있게 퐁퐁댄스의 노래를 부르는 박재엽이...

이거야말로 하극상이 아닌가..?
죽여버리고 싶은걸.. 참는 것과..

참아도 계속상승하는 수치심으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박재엽이는.. 그러한 것에 대한 부담스러운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춤추라고 하면.. 입을 병신처럼 헤- 벌리고.. 다리를 통 통 튀기며..
마치 자신이 샤아 아즈나블처럼 생기기라도 했다는 듯..
귀족댄스 같은 걸 춘다거나...

말하자면.. 망상 속의 자신이..
현실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알지 못하는..
부담스러운 중2병 오덕이었다...

씨발 박재엽.. 씨발 퐁퐁댄스...
모든 게 죳같네 씨발...

그런데 그렇다 해도 어쩌겠어...
쟤는 그냥 원래 저런 앤 데...
악의는 없었을 건데...

하지만 난 존나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죳같아서 살기가 싫은데...

근처에서 또 버섯이나 하나 주워 먹어봐야겠어..



기억을 떠올리니 진정할 수가 없다...
다음에 또 이어서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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