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기억

군생활의 기억 중에서... 02

주정뱅이 2026. 1. 9. 11:23


이것은 내 군생활에 대한 기억..
그 두 번째 글이다



​사열식이 끝난 후 나의 일과는..
주특기 훈련 및 걷기 훈련..

내지는 기재 관리가 대부분 이였다..

전시에 신속하게 좌표를 따서 넘겨주려면..
관측장비를 능숙하게 다루어야 하는데?
능숙하게 되려면 반복적인 연습이 가장 효과적인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인인 나는...
매일매일 주특기 훈련을 하며.. 싸움기술을 연마하여..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좌표를 따려면..
산 정상 부근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기초 체력이 요구되며..

그 과정에서 관측 장비를 계속 들고 다니고 있으니...
단순히 걷는 것도 힘이 든다..

그래서 우리 분과는..
툭하면 기재를 매고 산길을 걷는 훈련을 했다..

그러다 보면 기재에 먼지가 타게 되는 건 아주 당연한 것이고...
관측장비는 제법 섬세한 장비이기 때문에
작은 먼지조차도 용납될 수 없다..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해...



들리는 말에 의하면..

관측분과의 분대장님께선.. 상당히 엘리트 관측병으로서..
관측병의 교본에 있는 것은 모두 다 알고 계신다고 하셨다..

관측장교님이 하신 말씀이니.. 거짓은 아니겠지...

'나도 저 교본에 있는 모든 것을 숙지하고 말겠다'라는 허황된 꿈을 가진 것은...
아마도 분대장님의 영향 이었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관측 교본은 제작된 지 수십 년이 지난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물건이고...
재미라고는 1%도 없는 전형적이고 딱딱한 군대 서적이였는데..

이 교본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잠이 오게 되며...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과정은 마치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읽는 것과 같다..
차라리 전화번호부를 깡으로 외우는 게 더 쉬울 것이다...

한마디로.. '난해하다'
쓸데없이 하이레벨이고...
난해하다...

내가 보기에 이 교본은..
좀 더 로우레벨로 개편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으나....

나의 선임병들은 모두 이 책으로 공부하였을 것이고
딱 봐도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었음이 분명하니..

토를 달지 말고 열심히 갈고닦아보자....
라고 생각해 본다




주특기 훈련에 대해 말해보자..

​처음에 말했듯이
우리 관측반은 겉으로 보기엔 매우 널럴하게 맨날 앉아있는 분과이다..

게다가... 6개나 있는 포반과는 달리..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소수자의 입장이다..

​그런 쓸데없는 의혹과..
뭔가 다르다는 혐오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관측반은 항상
'우린 뭔가 하고 있다'라는 어필을..
과도하게 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관측장비 설치 숙달훈련을 할 때마다..
우렁차게 외치는 관등성명이다..

​진지 내에 우렁차게 외친 관등성명 이후..
시선이 집중되었을 때를 이용해..

일사불란하게 장비를 설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그다지 큰 효과는 없는 것이..
포반은 우리의 외침에 질세라..

맞불을 놓듯이.. 포탄 발사절차를 훈련하며
'(    ) 포 장-! 전-!!'이라고 외쳐 대었는데...

그 우렁참이 마치 용자물 만화의 열혈 주인공 같았다..

게다가.. 포반은 6개 반이고
관측은 딱 1개 반만 있기 때문에..
우리의 외침은 묻혀버리고..
매번 알 수 없는 패배감을 느껴야 했다..

어쨌거나 이것은 하루 종일 반복된다



다음으로 걷기 훈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것은.. 말하자면.. 임의적인 관측반만의 원정 훈련으로서..

관측 장비 및 군장을 챙겨 들고
영 외의 임의의 목적지로 걸어간 후

임의의 산 정상에 올라가..
가상의 기준점인 OP를 설정하고...

주변 지형지물의 좌표를 따며..
가상의 화력 요청 훈련을 하는..
말 그대로 훈-련 이다

실제 지형지물을 보고 훈련하기 때문에 실전 응용성이 높으며..
포반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에.. 더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로 주특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보통.. 날씨가 더울 때 자주 했기 때문에 몹시 힘이 들었다

그리고... 이 훈련을 한 후에는..
필연적으로 기재 정비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해..



그렇게..
다양한.. 일과가 끝나면 저녁식사 및 개인정비...
그리고 청소시간이 물 흐르듯이 연달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