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기억

파견근무에 대한 기억중에서..

주정뱅이 2026. 1. 4. 15:08


보안요원으로 근무를 하던 때의 일이다...

내가 기억하기로... 어떤 개새끼가...
회사 자산을 몰래몰래 반출해서...
외부로 갖다 팔아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새끼가 sk정직원 인건 아니였고...
무슨 협력산지 분사인지.. 뭔지...

아무튼 그런 일이 있어서..
어떻게 또 잘 적발되어서... 구속되고
한 차례난리가 난 이후였다...

sk왕국의 귀-족님들은...
또 그게 다 보안들이 일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거라면서..
온갖 요상한 세분화 보안 절차를 만들어서 들이밀었다...

그냥 그러한 절차를 실행하면 될 것을..
이상한 멘트까지 토씨하나 틀리지 말고 외워서 구사하라고 지시했다...

난 이게 sk에서 그렇게 시킨 건지..
지시를 받고 쫄아 버린 보안 담당자가..
문제 생기지 않게 하려고..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게 시킨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허나.. 우리에게 내려온 지시는
토씨하나 틀리지 말고 그대로 외워라였고...

우리는 몇 달간 그 쓸데없는 대사집을 외우느라..
밤낮으로 리소스를 낭비하게 된다...

아무튼.. 그 무슨.. 정밀검색?
그딴 이름이였는데 기억이 잘 안 나네...




우리 단지 내에는...
건물이 제법 많았는데...

그게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각 건물마다 사원들의 회사 문화가 미묘하게 달랐고...
그것에 대응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 보니..

건물마다 조장을 따로 두어...
20~30명을 통솔하게 시켰는데...

그 당시 비교적 나중에 생긴 건물에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일을 잘하고 엘리트라는 소문이..
사방팔방에서 들려왔어..

아.. 신식 건물에 신식 문화를 사용하는 구성원들을 대응하다 보니..
보안들까지 수렴 진화를 했나 보군?...
이라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고...

딱히 시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러워하지도 않았고....
미워하지도 않았고...

뭐... 그렇다....




가끔씩 그들 스타일의 FM적 잣대를 우리에게 들이밀며..
그들이 하는 행동의 근원이 뭔지 모르는 것 같은 천둥벌거숭이짓을 하더라도...
모종의 조율 과정이라 여기고 수용해 주었다...

그걸 일일이 싸우고 우리 스타일로 물들이는 건..
진짜 쓸 모 없는 짓이야...

우리가 걔네들 건물에서 대신 일해줄 것도 아닌데...
아무튼.... 그렇다..

비교적...
엘리트 보안들이 모여있다는 평가인
그 건물의 보안요원들....

그들은..
새로 나온 정밀검색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고 하는 것이야....

어느 정도였냐면...

다른 건물조의 사람들을 매일 1~2명씩 파견해서..
좀 배우고 오라고 할 정도?




나는 내가 그런 엘리트들의 무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던 참 이였다....

먼저 다녀온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역시 명불허전 이였으며...

그들은 세련된 보안요원이라는 평이 자자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의 파견근무에 대한 두려움이 MAX를 찍었던 어느 날...
나의 파견근무 순서가 오고 말았다...

누군가의 배려가 섞여 들어간 것인지...
그냥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파견근무 순서는...
모두가 파견근무를 마친 이후인..
가장 마지막 이였던 것이다...

우리 조의 조장인 바기로 JO 조장은...
제발 가서 물들이지 말고... 물이 들어서 오라고...
조회시간마다 우리의 기를 죽이곤 했어....

그래서 나는 비록..
나보다 나중에 일을 시작했으나..
엘리트 보안요원 집단인 그들에게..
뭐라도 배워보자!

... 하는 마음으로..
거대란 두려움과 부담감을 안고...
파견근무에 돌입했다...




이제...

내가 보안 요원으로 취직하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배웠고....

나는 열심히 전파했으나....
나 이외에는 전부 다 쓸모없는 사술이라고 여겨...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기술에 대해 말해보자...

그 당시 우리 사업장은...
보안 어플 이란 것의 개발이 되어있지 않아..
보안 스티커를 붙이고 들어가곤 했는데...

SK사원들은..
자신들은 바쁘고.. 보안검색은 귀찮으니...
'그걸 못 보는 건 순전히 너희 보안의 잘못'
이라는 프레임을 암묵적으로 만들어서...

자신들이 실수로 스티커를 못 붙이고 들어갔거나..
뭔가의 목적을 가지고 스티커를 안 붙이고 들어간 것을 회피하는 것을...
정당화하려 했어...

그래서..
툭하면... 휴대폰의 앞 뒤 스티커 상태를 보여달라는 우리의 요청에..

앞을 보여주고..
순식간에 휘릭! 뒤집고...
엇! 하며 당황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비협조를 범하고 마는 것이지...

그게 일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그들은 늘 그렇게 보여주고 지나가곤 했으니..

미리미리...
자신이 스티커를 안 붙이고 지나갈 때를 위한 안배를 했음이라...




그런데... 사실..
니가 잘 안 보여줘도...

뒤집는 순간
붙였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어...

보안 스티커는 무광이고...
휴대폰 렌즈는 유광이고...

이 단지의 모든 건물은..
천장에 형광등이 존나 많이 매달려있다는 것이다...

뒤집는 순간...
스티커가 안 붙어있으면..
반짝! 하고 빛의 속도로 빛이 나게 돼....

손이 빛보다 빠를 순 없고...
눈은 그렇게 빠른 빛을 놓치지 않는다...

손은 눈보다 빠르나...
빛은 손보다 빠른 것이다...

빛의 속도로...
눈에 전달된 반짝임..
.. 인 것이다...

즉...
휘릭! 하는 순간 반짝! 했으면..

그놈 손목을 잡아채서 확인하면..
99% 확률로 안 붙인 사원새끼란 뜻이야...




나는 파견근무를 가서...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위규자를 잡아내고...

그날 하루에.. 지난 근무동안 유래없을
8명의 위규자를 연달아 잡아내기에 이르는데....

이 사태를 본 그 건물의 조장이 나와서..
그 건물의 선임 근무자를 갈구는 장면을 보았더랬다...

'너희가 그동안 그만큼 나태하게 일 한거야' 라면서 손가락질을 하는데...

나태... 나태라...
글쎄... 열심히 해도... 휘릭은 잘 안 보이긴 해...
나도 스티커를 보고 잡는 게 아니야...
내가 보는 건 반짝임...



그런데 이 단순한 기술조차도..
아무도 안 알려줬다는 거잖아...?

그 건물 처음 열렸을 때..
신입요원들의 업무지도를 위해.. 지원 간 근무자들 중에..
우리 후배인 개똥이도 섞여있던 걸로 아는데...

내가 개똥이에게 이걸 안 알려줬을 리가 없는데...

개똥이 이외에도
이걸 알려준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데...
대체 왜...



아무튼...

그렇게...
그들이 한 명의 위규자도 못 잡을 동안..
내가 8명이나 위규자를 잡아내고...

그곳의 근무자들은..
하루 종일 앉지도 않고 화장실도 안 가고...
검색대 앞에 딱 붙어서 위규자를 잡아내는 날 보고..

경이적이라는 시선을 보내며...
어떻게 그렇게 잘 잡으시냐길래...
나는 또 알려주는 거지...

쿵푸 허슬의 주성치처럼...
알고 싶어? 그럼 알려줄게... 한 거지..

뒤집는 순간 안 붙였으면 반짝하고 빛이 난다...
심지어 앞도 안 붙였으면 뒤집기 전에도 반짝하고 빛이 난다...

스티커를 보려고 하되..
못 볼 것 같으면... 이 빛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라고...

이런 걸 여기 써놓으면...
이걸 악용하는 덜떨어진 녀석이 나오게 마련이지만..
이미 그 회사는... 보안어플 제작을 마쳤다...

이제 이 방법은 니네 산업 스파이놈들이... 알 든 말든 노쓸모라는 것이다...



그렇게 파견 근무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치고 퇴근을 한 나...

다음날 출근해서 근무표를 보니...
보통 2일씩으로 예정되어 있는 파견근무가...
다시 원래근무지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물어봤지.. 조장에게...

저 적혀있는 대로 원래 근무지로 가는지...
아니면 오늘도 파견 가는 건지..

조장은 날 보더니..
살짝 떨떠름하다는 표정으로...
파견 가지 말란다...
원래 근무지로 가래...

대체 왤케 떨떠름해? 표정이...
나 뭐 잘못했어..?



이제 정리를 해보자...

1. 그 건물 요원들은 모종의 환경이 낳은 새로운 문화권의 보안요원들이다

2. 그래서 제법 세련된 모습을 보이나... 그게 실력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사원들이 딱 좋아할 만한 스윗한 서비스 제공자였던 것이다...
이것은.... 결국 일을 잘한다는 말이 되긴 한다... 여긴 sk왕국이니까...

3. 그것은 사원들이 그렇게 보이도록... 조교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규를 저지르지만... 그걸 못 잡은 보안들을 비난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방심시키고 있는 것이다...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보안요원들이 허접일 때... 레벨업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4. 그래서 내가 가서 다 잡아버리자 생태계 교란이 일어났다...
사원들은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보안요원 그거 다 병신새끼들이라고 무시하고 있었을 건데...
갑자기 다 잡아버리는 진짜가 나타났으니...

5. 조장은 물들이지 말고 배워오라 했으나...
나는 열심히 일하려 했고... 의도는 안 했으나.. 물을 들이고 만 것이다....

그러니까 표정이 떨떠름할 수밖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밀검색 절차와 테크닉에 대한 숙달은......

거기서 배웠다기보단...
오히려 안내실 여사원이.. 나에게 속성강의 해주었다는 느낌으로...
이미 습득해 버려서...

파견근무에서 건진 건 하나도 없었어...
이 파견 근무의 목적이 뭐였는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