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주정/기억

날 생선에 대한 기억중에서....

주정뱅이 2026. 1. 2. 12:31

 


나는 회를 싫어한다..
그런데 왜 싫어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날 생선이라서?
그냥 맛없어서?
비린내가 나서..?

따위의 이유가 떠오르다가..
갑자기 명치 부분이 갑갑해지면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그때가 아마.. 초등학생 때 일 것이다..
아직 이혼을 하지 않은.. 애비와 가짜엄마가..
한 지붕아래 살던 시절...

​저녁 식사 시간에..
날것이라면 지 애미 뒤진데도 모르고..
사죽을 못 쓰는 애비가..

뭔지 모를 검지손가락 정도 길이에..
투명한 지렁이처럼 생긴 생선을..
대접에 가득 넣어놓고 먹고 있었다..

​혐오스러웠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런 혐오스러운걸 맛있게 쳐먹는 애비가 신비했고..
' 그건 뭐에여? ' 하고 물어보고 마는데...

애비가 말하길..
그 생선의 이름은 '명치' 라고 했다..
명치가 맞나..? 멸치였나..?
몰라... 나도..

​명치가 맞았던 것 같은데.....



그 생선의 이름을 들은 나는..
어째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명치! 명치! 더/러-운! 명치!'​
라고 외쳐대었는데..

진정한 무지성...

아무런 뒷 생각도 없이..
그저 떠오른걸 그대로 말하는 것...

그것을.. 그 시절의 어린 나는..
저질러 버리고 만 것이야...

실제로 그렇게 느꼈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지...




나의 무지성 외침을 들은 애비는..
눈에 도끼를 끼고는..
더-러-운 명치를 젓가락으로 푸욱 찝어서..
전광석화처럼 내 밥그릇에 수북이 올려놓더니..

​' 먹어! ' 라고..
고압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릴적엔 고도로 멍청해서..
어른들이 시키면 다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 더러운 명치 ' 를..
입에 가득 집어넣고 구적구적 씹었다..



이 날생선은.. 처음엔 아무 맛도 안 났으나..
씹으면 씹을수록 비려졌고...

오라지게 질겼다...

아주 당연한 결론으로..
나는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입에서 빠져나온..
반쯤 씹혀 밥알과 섞인 명-치..

​애비는.. 그 꼴을 보고는..
눈에 도끼를 더욱더 많이 장착시키면서...
'다 주워 먹어! '라고 성질을 내었다..

나는.. 어릴적에 고도로 멍청한 새끼였어서...
어른들이 시키면 다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뱉어낸 음식쓰레기를..
다시 집어서 입에 넣고.. 구적 구적 씹다가..
다시 올라오는 구역질을 이기지 못하고..
도로 뱉어 내었다..

​애비는 '으으으응?!'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다시 집어 먹으라고 지시하였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대체 왜 저 생선의 이름을 물어봤으며..
왜 더럽다고 말을 했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 내가 왜.. 그랬을까..?



이 시간은 이제..
더 이상 식사 시간이 아니였다..

나는 어떻게든 저 더러운 명치를..
다 먹어 치워야만 해..
그래야 이 자리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씹고 또 씹어도..
저 명치라는 날생선은..
삼킬 수 있을 정도로 분해되긴 거녕..

계속.. 그 모습 그대로...
비린내만 심해지는 것이다...



한입 가득한 명치를 씹어 삼키기 위해..
밥그릇에 들어있던 쌀밥을 같이 입에 넣고 씹어 보았으나..
비린맛이 나는 쌀밥만 잔뜩 삼키게 되는 역효과가 났다...

대체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 걸까..?
..라는 의문이 떠오르면서...

나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완성되었다...

​날 생선은.. 먹는 음식이 아니다..
날 생선은... 먹는 음식이... 아니다.....
날 생선은... 먹는 음식이........ 아니다!!!!!!



그날..

​다른 가족들은 다 식사를 마치고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
나만 티브이를 등 진 채로...

아직 그 형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처음 보단 조금 너덜너덜 해진 날 명치를..
구적 구적 씹고 있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명치는 어떻게 되었던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그날 생선을.. 다 씹어서 삼킬 때까지..
몇 시간이고 애비가 지키고 않아서..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이외의 상황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생선만 보면
척수 반사로 구역질을 하게 된 것이..

내가 생선 비린내만 감지하면..
몸이 아플 정도의 구역질을 하게 된 것이...

​아마 이때가 시작이 아닐까..?
짐작 가는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라...
추측만 해볼 뿐이다...

허나.. 우리 애비는...
못 배워먹은 데다가...
자기중심적인 폭군 성향이라서...

​이 이후에도
나에게... 지가 좋아하는 생선을 먹이려고 했다..
나에게.. 지가 좋아하는.. 존-나 재미없는.. 낚시 취미를 가지게 하고 싶어서..?
밑도 끝도 없이 낚시에 끌고 다녔다....

그래서...​ 나는 생선도 물고기도 싫다..
낚시도 싫다.....

여기서 부모 욕을 하고 싶지만..
그러려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참아볼까...?



​어쨌든.....​

그게 다..
멍청한 부모의..
멍청한 자기만족적 교육..

때문이라고...